그래서 불교도들이 왕왕 자신을 '불교도'로 칭하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삼보의 제자'로 칭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불교를 창시한 분은 부처님이지만, 불교에서 중시하는 것은 '부처'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법'이라고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남을 대신하여 해탈 시켜 줄 수 없지만, 법은 사람이 스스로 해탈하도록 해줄 수 있다. 부처님을 숭배한다는 것은, 당신이 깨달아서 그것을 우리에게 설해 주신 은덕을 숭배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3대 무수겁大無數劫1) 동안 보살도를 닦은 결과 해탈법을 친히 깨달으셨고, 깨달으신 뒤에는 당신이 알게 된 모든 것을 숨김없이 우리에게 내놓으셨다. 그래서 이런 은덕의 숭고함과 위대함은 세간의 모든 덕행을 다 합친 것보다도 백 천 만 배에 이른다. 어디 백 천 만 배 뿐이랴? 그것은 실로 비유할 수도 없고 생각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불법의 전파는 부처님의 간부제자들, 곧 '승僧"(스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승僧'에는 보살승菩薩乘(예컨대 문수보살. 미륵보살. 관음보살. 지장보살),
성문승聲聞乘(사리불. 목건련. 대가섭등 아라한들), 법부승凡夫僧(지계持戒가 청정하고 스스로 정법을 닦으며, 남들에게 법을 설하는 비구. 비구니들)이 있다. '승僧으로 인해 부처님의 정각 해탈의 법이 전파되고 우리에게 전수될 수 있다. 그래서 '승僧' 은덕도 무량하다.
불법을 확장. 발전시키는 일[弘揚佛法]은 출가인들에게 국한되지 않으며, 재가자들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을 보존. 유지하는 일[住持佛法]은 출가한 불자들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소위 '불법을 보존. 유지 하는 일'이란 불법을 대표하고, 불법을 상징하며, 불법을 지켜서 그것이 세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일반인이 거리에서 스님을 보면 곧 불교를 연상하지만, 재가자를 보면 불교를 연상하지 않을 것이다.(그 재가자가 자신은 불도라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그러나 재가자가 누구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불교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불법을 발견한 것은 부처님이고. 불법의 중심은 정법正法이며, 불교를 세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스님들 [僧衆]이다. 불佛, 법法. 승僧 삼보 중에서 우리가 고통을 벗어나 행복을 얻게[離苦得樂}하는 법보法寶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 법보는 부처님이 깨달아서 설하신 것이고, 스님들이 그것을 유지하고 전수할 수 있다. 그래서 모두 '보배[寶]'라고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