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으뜸가는 효도
세속에서는 음력으로 7월 15일인 백중百中을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합니다. 백중을 백종이라 하는 것은 이때 쯤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은 데서 유래 되었다고도 하고, 백종白踵이라 하여, 이 날은 머슴들이 발뒤꿈치를 희게 드러내 놓고 쉬었다는 데서 유래 되었다고도 합니다. 민간에서는 이날 100가지의 과실을 차려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모여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습니다. 백중은 우리나라 24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의 명절입니다. 가정에서는 한창 익은 과일을 따서 사당에 천신 차례를 올리고 백중 잔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머슴들은 이날 하루 만큼은 일손을 쉬었고, 일을 잘한 머슴에게는 포상을 내리기도 했지요. 절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고도 하는데, 선망 부모, 조상과 허공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들을 위하여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올리고 해제를 맞이한 스님들께 공양을 올렸습니다. 불교에서는 백중이 큰 공덕의 문을 여는 '효의 날'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날입니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하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지만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들은 어버이를 오래 모시고자 하지만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통곡하며 후회하지 말고 살아 계실 적에 효도하라는 말씀입니다. 효도 뿐만 아니라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모를 위해 효도하는 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첫째, 평범한 효도로서 상시적인 수준의 예법대로 부모를 모시고, 돌아가신 후에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식대로 장례를 치러 드리는 것입니다. 둘째, 큰 효도로서 살아 계실 때 부모의 뜻을 받들고 돌아가신 후에 부모의 이름을 빛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살아 계시는 동안 물질적인 공양만이 부모를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부터 부모의 뜻을 잘 헤아려서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효도라고 하였습니다.
효경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중국에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는 효자가 있었습니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면 그의 아버지가 동구 밖에서 기다리다가 아들의 나무를 받아 짊어지고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의 짐을 받아 지고 돌아오면서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는 것이 기쁘고 마음도 편하기 때문에 늘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나뭇짐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휘파람을 불면서 아버지 뒤를 따라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짐을 지우고 편안히 뒤에서 따라오는 불효자식"이라고 하면서 그 아들을 욕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아들이 효자입니다. 남의 이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돕는 데에서 행복을 느끼고 일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뭐라 해도 부모의 뜻을 따라주는 것이 큰 효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부모를 위한다고 효도를 한다고 하면서도 부모의 뜻을 어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자신의 체면,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여 부모가 자기 뜻대로 행동해 주길 바라고, 또 그것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교의 효경이나 불경에서 분명히 밝히듯이 부모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것이 참다운 효도입니다. 부모가 험한 일이라도 하고 싶어 하신다면 자식이 체면을 깎이는 일이 있더라도 일하게 해드려야 하며, 부모가 자식을 업어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 드리는 것이 효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