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원점은 공空
오늘 영가님의 49재 일입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우리 인생을 보면 육신이 다했다고 해서 다음 생으로 곧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육신이 다한 지 49일이 지난 다음에야, 그동안 못 다한 사연, 못 다한 인연들을 다 거두고 나서야 영혼이 다음 생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49재 동안 7일에 한 번 씩 일곱 번의 재를 올립니다. 앞에서 누누이 말씀드렷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에 큰 공덕이 되는 49재를 올려드리고 있으니, 자손들은 오늘 최상의 효도를 실천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효도를 지상의 제일 과제로 삼았습니다. 옛날에는 정치하는 관리를 뽑을 때도 효심을 보고 뽑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부모에게 효심이 지극한 사람은 그야말로 도덕성이 높아서 백성들을 어버이처럼 잘 모실 거라는 생각이 참으로 현명해 보입니다. 또한 관직에서 물러난다면 임금님께서도 아끼는 신하를 잡지 못하고 그냥 수락할 수 밖에 없었으니 효도를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엔 사회적으로 효도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효심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도 불 자들은 효심이 지극한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불 자들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인과 법문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천도 재를 지내면서 효도에 대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 의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금일 영가가 마지막 가시면서 까지 우리들에게 이토록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 영가에게도 큰 복이 될 것입니다.
금일 영가께서는 태어나서 부터 지금 49재를 지내는 이 순간까지 부단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달려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순간이 바로 금일 영가께서 달려오신 그 목표의 도달 점이요, 내생의 출발점입니다. 달리기 릴레이 경기에서도 선두 주자와 후 발 주자의 바통 터치는 중요한데, 생의 종착역과 출발 역인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입니까?
태어나서 철없을 때 동네 아이들과 희희낙락, 천지도 모르고 즐기는 그 순간에도 쉼 없이 달려갔고, 성장해서 이리저리 세상사에 휘말리면서도 달려갔고, 자식들을 키우고 가족을 책임지느라 온갖 애를 쓰면서 살아온 그 순간에도 부단히 달려왔습니다. 열반이라고 하는 인생 최종의 목표 지점을 향해서 달려간 것입니다. 잠자는 시간에도 달려가고, 열심히 일하는 시간에도 달려가고, 누구와 다투고 싸우는 시간에도 달려가고, 즐겁게 웃고 떠드는 시간에도 달려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실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