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께서는 모름지기 금강경의 사구게 중의 중요한 한 구절,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하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재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는 내용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우리 육신을 비롯해서 이 세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우리의 감정들, 인식 능력들 이 모든 것은 전부 변하는 것입니다. 마치 구름이 시시각각 바람에 따라서 변해가는 것처럼 허망한 것입니다.
만약 모든 형상 있는 것에서 그 형상 아닌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우리 역시 눈앞에 펼쳐져 있는 모든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여래는 형상도 아니요. 나무나 돌로 깎아둔 불상은 더욱 아닙니다. 역사적인 석가모니 부처님도 아닙니다. 그것은 참 생명이고 주인공인 존재입니다. '어떤 법당에 어떤 부처님이 어떻게 영험이 있다'하는 것은 전부 허께비 노릇이고 환상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끄달리고 미혹해서는 실재의 참 생명의 자유 자재 한 맛은 조금도 보지 못하고 그림자 노릇만 할 뿐입니다.
금일 영가께서는 스스로 모든 존재가 다 사라진 것을 체험하셨습니다. 자녀들이 아무리 많은들 자녀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공을 들였던들, 당신이 쌓아 놓은 업적이 얼마나 있은들 이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영가께서는 깊이 깨달으셨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참 생명에 대해서 눈을 뜨셨을 줄 믿습니다. 바로 이러한 가르침을 드리고자 천도재를 드리는 것입니다. 천도재를 통해서 금일 영가에게 마음의 눈, 참 생명의 눈을 뜨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천도재를 지내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나아가서 우리들의 참 생명에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가 천도재를 지내는 것은 비단 금일 영가에게만 복이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천도재를 지내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더 큰 복이 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인생의 참 의미를 깊이 깨닫는다면 그 공덕이 결국은 영가에게로 되돌아가서 참으로 풍요롭고 넉넉한 삶으로 새롭게 출발할 준비가 됩니다.
부디 영가께서는 부처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셔서 염불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부족하나마 이 법문을 열쇠로 삼아서 모든 가르침 모든 염불의 내용을 하나하나 열심히 풀어 가신다면 낱낱이 이해가 되어서 이 작은 법문이 감로의 법문이 될 것입니다. 부디 이 인연 이 공덕으로 왕생극락 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