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불교는 영구 불변하는 영혼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만일 영혼의 실재를 믿는다면 그 사람은 바른 믿음의 불교도가 아니라 자아의 존재를 주장하는 '신아외도神我外道'1)이다.
물론 유물론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하나의 영구불변 하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년에 구미에서 인기 있는 신지학회神智學會)도 영혼을 연구하고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도교 등 각 종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영혼 신앙에 속한다. 그래서 사람이 선행이나 악행을 하고 나서 죽으면 그 영혼이 하느님이나 염왕閻王(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으며, 좋은 영혼은 천당으로 올라가고 나쁜 영혼은 지옥으로 간다고 믿는다.
중국의 민간에서는 영혼에 대한 믿음의 뿌리가 한층 더 깊어서,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귀신이 된다는 크게 잘못된 믿음이 있다. 영혼과 귀신은 중국 민간신앙에서 이처럼 뗄래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큰 문제이다. 더 우스운 것은 어떤 귀신들에게 약간의 작은 신통력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영혼이 '삼혼칠백三魂七魄'이 한데 모인 집합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2)
사실 귀신들은 육도중생의 하나인데, 그것은 우리 인간들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도 생사가 있고, 귀신으로 태어나도 생사가 있다(사람은 태생胎生이지만 귀신은 화생化生이다.) 그러니 어찌 사람이 죽은 뒤에 반드시 귀신이 되겠는가? 이것은 다음 장에서 따로 설명한다.
영혼에 대해서는 중국의 민간에 많은 전설이 있는데, 흔히 그것은 사람의 생生과 사死 중간으로 본다. 영혼을 가교로 삼아 '생生'은 영혼이 태胎에 들어가는 것이고, '사死'는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것이다. 즉 영혼과 육체의 관계를 집과 집주인의 관계와 같이 보는 것이다. 집이 낡아지면 주인은 새 집으로 이사한다. 집들은 늘 헌 집에서 새집으로 바뀌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동일하다. 달리 말해서 사람은 영혼이 육채라는 물건을 걸친 것이고, 육체는 바뀌고 또 바뀔 수 있지만 영혼은 한 번 생기면 불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혼을 우리의 생사흐름 속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바른 믿음의 불교는 영혼에 대한 이런 식의 관념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연생연멸緣生緣滅의 원리상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생멸무상生滅無常'의 관점에서 보면 일체의 사물은 모두 생멸이 무상하며, 물질계도 그러하고 정신계도 그러하다. 육안으로 사물을 보면 흔히 '한 번 생겨난 것은 변치 않는다(成而不變),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정밀한 도구로써 보면 어떤 사물도 순간순간 변하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역경易經]에서 말하는 '생생生生'(부단한 생성)3)이란 것은 사실 그 이면에 '사사死死', 곧 모든 것이 부단히 변하고 또 변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