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하기 위해서 차례를 어떻게 모셔야 되는지 생각해 봅시다.
차례의 사전적 의미로는 ‘음력으로 다달이 초하루-보름 또는 그 밖의 명절이나 조상의 생일 등에 지내는 간단한 낮 제사’를 말합니다.
예전엔 초하루 - 보름을 기렸으나 요즘에는 그 밖의 명절에 해당하는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밖에 없습니다. 설의 차례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서 힘들 때 조상님께 제일 먼저 인사를 드리고 바른 길을 제시해 달라고 기원을 올리는 행사라면, 추석의 차례는 1년 동안 농사지어서 거둔, 새 곡식으로 지은 송편과 과일을 올리며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나머지 반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음덕을 베풀어주기를 기원하는 행사인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차례는 보통의 음식으로 올리는 忌祭(기제)사가 아니라 제철의 특별식에다가 귀한 茶(차)를 조상님께 올리고 고마움과 기원을 표하는 특별한 제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가보로 내려오던 칼을 팔아 茶(차)로 바꿔 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차례의 유래를 살펴볼 수도 있으나, 충담 스님께서 차를 끓여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님께 올렸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부처님께 차와 香(향)을 올리고 절하는 것을 禮佛(예불)이라 하는 것처럼, 충담 스님의 그 행동은 불교식 茶禮(차례)라고 볼수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돌아가신 훌륭한 스님의 추모제를 茶禮(다례)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지내고 있습니다.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에도 제사에 차를 많이 쓰고, 차례에는 꼭 차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등으로 국가 경제가 피폐해지고, 차를 담는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이 다 일본으로 잡혀갔기 때문에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해서 조선시대 英祖(영조)임금이 왕명을 내리기를 “귀하고 비싼 차대신 술이나 뜨거운 물, 즉 숭늉을 대신 쓸 것”을 지시한 후부터 차례에 차가 빠지고 대신 술이 쓰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茶揭(다게)에 “내 이제 청정수를 감로차로 삼아서 삼보님께 올리오니 원컨대 가엾게 여겨 받아주소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차를 쓰지 말라고 한 왕명을 지키되 부처님께 최고의 공양물인 향기로운 차를 맑은 물로 대신 하려는 스님의 심정이 ‘감로차로 삼아서’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보면 가정의 차례 의식을 지낼 때, 차대신 술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고 보편화 되었지만, 앞으로는 차례를 지낼 때 술 대신 정성스레 달인 차를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불자여러분,
특히 불교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추석날 지내는 茶禮(차례)는 순수한 우리 차를 사용하도록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百丈淸規(백장청규)에서 말한 것처럼, 한 솥에 끓인 茶(차)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한마음으로 하나가 되게 하는 가장 한국적이고 불교적인 명절 풍습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은 설법문안에서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