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니까,라는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들은 혼자 있어도 즐겁습니다.
외부의 평가에도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겨울 볕 속에도 봄 볕은 숨어 있다.
겨울인데도 볕이 따뜻합니다. 마치 봄 볕인 것만 같습니다. 겨울 볕 속에 숨어 있는 봄 볕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으면 꽃이 피어나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많이 추워서 겹겹이 옷을 입고도 웅크리고 살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이 볕 한 줌에도 추위를 잊게 됩니다.
겨울 속에서 따뜻한 날들은 마치 선물과도 같습니다. 선물은 받고 기뻐해야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나는 산을 내려가 섬진강을 향해 차를 달렸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의 결을 느꼈습니다. 차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나는 하늘의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즐겼습니다.
볕 한 줌에도 행복해지는 이 마음이란 얼마나 소박한 것인가요.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 두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본시 비우기를 좋아하는데 우린 잊지 못하고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의 본성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음의 본성을 위배하면 삶은 괴로워지는 법입니다. 그때가 지나면 시련도 고통도 미움까지도 다 잊어버려야만 합니다. 한번 잊을 때마다 우린 성숙해집니다. 미움을 잊어야 용서를 만나고, 분노를 잊어야 평화를 만나고, 시련을 잊어야 새로운 탄생을 만납니다.
봄 볕 같은 겨울 볕 아래서 나는 추위를 잊고 겨울을 잊습니다. 차를 몰고 달리는 길에 섬진강이 함께 따라옵니다. 언제나 만나도 반가운 누이 같은 저 섬진강은 바다에 이르러 비로소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한 맛의 평등한 바다에서 섬진강은 자신이 달려온 물길의 노고를 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기꺼이 버리고 바다가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강은 흐르면서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시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새롭게 바다로 태어나는 저 강의 흐름이 아름다운 것은 성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