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를 신앙 하는 것은 확실히 불교의 특징적인 면모이다. 다른 유신론적 종교의 추종자들은 하느님 만을 믿거나(유태교와 이슬람교). 성부. 성자. 성령을 믿거나(개신교), 아니면 거기에 성모聖母를 추가하여 숭배한다(가톨릭). 불교는 무신론적 종교이기 대문에 부처님을 신으로 숭배하지 않고, 부처님을 유일무이한 분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부처님이 만물을 창조할 수 있다거나 인류의 죄악을 사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불교에서 부처님은 학생들을 지도하게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과 같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대신해서 공부할 수 없고, 그들을 대신해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의 신앙은 순전히 이성적인 것이고, 순전히 윤리적인 것이다. 불교도들이 부처님을 숭배하는 것은 자녀가 부모를 효성스럽게 공경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보은報恩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른 믿음의 불교도는 결코 화禍를 면하고 복을 얻기 위해 부처님을 숭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처님의 원력이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의 힘에 감응하여 신비로운 기적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거기서 주된 요소는 역시 기도자 자신이다. 만일 그 자신의 정해진 業업[定業]이 발현되면, 설사 기도를 한다 해도 부처님도 그를 도와줄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부처님이 말씀하신 정법正法에 따라서, 예컨대 보시. 지계. 인욕. 정진(노력). 선정 지혜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면, 과거의 업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즉, 무거운 죄업에 대한 과보가 가벼워지거나. 가벼운 죄업에 과보가 소멸할 수도 있다. 이것은 업력의 현행現行(발현)이 씨앗의 발아. 성장과 마찬가지로 보조적 연緣들의 도움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씨앗이 햇빛. 공기. 물. 토양. 비료와 사람의 보살핌을 만나면 빨리 자라서 큰 식물이 된다.
반대로 이런 보조적 연들이 부족하거나 없으면, 그 씨앗은 느리게 자라 연약한 식물이 되거나. 아니면 아예 싹이 트지 못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선악의 업을 짓고 그 과보를 받는 과정도 이 도리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래서 부처님의 숭고함과 위대함은 만물의 창조나 죄의 사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근본적으로 누구도 남의 죄를 사해 줄 수 없으며, 유일신 종교의 죄 사함 관념은 신권神權과 독단이 혼합된 산물이다), 부처님이 친히 해탈법을 깨닫고 그것을 설하여 우리가 여법하게 수행하도록 해 주셨다는 데서 온다. 그렇게 수행한 뒤에는 해탈할 수 있고,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성불할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