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내가 잘 가르치겠다는 열정에 넘쳐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필요 이상으로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다른 교수들에 비해 많은 과제를 내 주었고, 그 리포트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꼼꼼하게 체크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명상 실참을 필수 사항으로 하여, 학생들은 수업 이외의 시간에 기숙사에서 매일 위빠사나, 간화선, 티베트 관법 등의 명상을 해야 했다. 또, 다른 교수님들은 학기 중에 세 번 씩이나 가졌으며, 학생들과 함께 학교 근처 불교 사원으로 피크닉도 갔다. 한번은 미국의 저명한 위빠사나 불교 명상 지도자인 조셉 골드스틴이 학교 근처 교회에서 법문을 한다고 하여 학생들을 그 법회에 다 같이 참석하도록 권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 열정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도 내가 지도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오기 만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은 내가 그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곧 그들도 하나 둘 씩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과제를 하지 않는 학생, 읽고 오라고 했던 책의 내용을 읽지 않고 수업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들은 불교 사원이나 조셉 골드스틴의 법문을 들으러 가는 것은 수업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대담하게 선언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데, 그들의 반응은 호응이 아닌 거부로 다가오니 섭섭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