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섭섭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그동안 나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수강 한 불교 명상 개론, 이 수업은 그들이 듣고 있던 네 가지 과목 중 하 나였다. 나에게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소중하듯, 그들에겐 그들이 배우고 있는 다른 세가지 과목도 소중했을 것이다. 내 수업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나는 그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 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나는 이기적이게도, 나의 이런 열정을 왜 너희들은 받아주지 않느냐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섭섭한 마음은 곧,'학생들이 얼마나 잘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얼마나 열정을 쏟아 붓고 있나'라는 생각에 치중했다는 걸 반증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게 먹도록 강요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이 깨달음이 있은 후, 학기 중반부터는 적당한 열정과 적당한 냉정 사이를 오가는 수업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내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며 먹이려 했던 약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조정해갔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그전보다 더 간절한 '열정'을 지니고 수업을 따라오는 것이었다. 정말로 뜻밖이었다. 그 순간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일을 맡아 하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일을 잘해보려는 생각으로 강한 열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일을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그 일이 잘되어야 하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 만 빠져들거나, 누구에게 피해를 주면서 도덕적인 문제를 무시하며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 만 빠져든다면, 그 일은 목표한 대로 잘될 수가 없다.
내 열정이 이렇게 강한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내 열정이 이렇게 강한데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내 열정이 이렇게 강한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우리는 쉽게 상처 받고 좌절한다. 하지만 반드시 내 열정의 본질을 확인해야 한다. 내 열정이 일을 그르치고 있지는 않은 지를 말이다.
끓어오르는 내 열정을 다스릴 줄 알 때 비로소 타인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일을 할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야 비로소 내 열정을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전이 시킬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