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사에 산다. 산사에 들어 내가 하는 일은 경청하는 일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나는 바람이 건네는 말들을 하나 씩 적어 나갔다. 바람이 건넨 말들을 하나 씩 적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삶의 답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바람은 내게 시간의 깊은 골을 열어 보여 주었다.
어느 날은 달의 이야기를 들었다. 달의 이야기는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탁 발을 나가는 제자들에게 달빛과 같은 얼굴로 나가라고 이르셨나 보다. 보름 날 달빛 아래 나가 가만히 달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면 내 삶의 모든 상처가 스스로 부드럽지 못해서 생긴 것임을 알게 된다. 나의 강강 했던 언어와 표정들이 달빛 아래서는 차마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시간만 나면 숲 길을 걷는다. 숲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 푸른
빛들이 내게 다가와 검게 사라져 가는 생명의 빛 들을 일깨운다. 숲의 신선함이 곧 나의 생명의 즐거움이 된다. 숲은 아주 오래된 언어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숲의 색 만큼이나 신선하다. 오래 되었으나 신선한 숲의 언어들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나는 숲의 언어 속에서 삶의 모든 시간들은 언제나 처음이라는 것을 배웠다. 후회나 좌절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들인지 숲은 그 신선함으로 일깨워 주었다.
나는 늘 글을 써 왔다. 그러나 나는 글을 썼으나 쓰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바람이 달빛이 숲이 혹은 햇살이 전하는 말을 듣고 옮겼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은 창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은 모두 아름다운 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희망이기도 하고 이상이기도 하고 또한 진리이기도 하다. 살면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말들이 있다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전스님 글 함께 읽고 싶어서 옮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