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이 방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어느 한 경전이나 몇 가지 경전이 대표적인 불경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많은 불교 종파가 출현했는데, 이는 대체로 각기 으뜸으로 여기는 경론經論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에는 하나의 근본 교의-부처님이 우주와 생명에 대해 특별히 깨달은 진리가 있으니, 그것은 '연생緣生'의 도리라는 것이다.
연생이란 사물들이 인因과 연緣에서 생겨난다[인연소생因緣所生]는 것이다. 즉,
갖가지 관계들이 결합하여 갖가지 현상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글 한편이 쓰여서 독자들이 불교에 대해 뭔가를 이행하도록 도울 수 있으려면 그 관계들(인연)이 간단해 보여도 실은 굉장히 복잡하다. 첫째, 문자의 발전과 교양, 지식의 축적과 흡수, 글 쓴 이의 건강과 열의, 그리고 견해가 갖추어져야 한다.
거기에다 문구의 재조와 사용, 원고 교정과 조판. 인쇄, 우편물 처리와 배달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지식, 그리고 (그것을 읽고 이해하는) 정신력이 있어야 글쓴이가 그 글을 쓴 목적이 달성된다. 관계들(인연)의 이러한 예는 가장 간단하고 명백한 것이다. 만일 한걸음 더 나아가 고찰하면, 단 하나의 관계도 다른 무수한 관계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관계들이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현상이 곧 '인연因緣'이라는 것이다. 인因과 연緣이한데 모이면 사물이 출현하고, 인과연이 흩어지면 사물이 소멸한다. 이것을 '연생연멸緣生緣滅'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