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계환중(妙契環中) / 차와 향의 어울림
박 희 준 (향기를 찾는 사람들 대표)
예부터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 가운데 가장 으뜸이 차와 향이었다.
하여 육법공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차와 향이다. 유교의 차례 때 마다 빠지지 말아야할 것 가운데 하나가 차와 향이었다. 또한 가까운 벗들이나 스승에게 올리는 선물가운데 맑은 선물이 차와 향이었다는 사실은 구산선문을 장식하는 여러 비문 속에서 잘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진감국사의 차와 향은 당시 당나라와 차별화 되는 선풍이 돋보인다.
최치원이 직접 짓고 글씨를 쓴 <진감국사 비문>에 의하면,
진감국사는 태어나면서 울지 않았는데, 곧 일찍부터 소리가 작고 말이 없는 거룩한 싹을 타고 났던 것이다. 이를 갈 무렵이 되자, 아이들과 놀 때에는 반드시 나뭇잎을 태워 향이라 하고, 꽃을 따서 공양으로 삼았으며, 간혹 서쪽을 향해 바르게 앉자 해가 기울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어쩌다 한명(漢茗, 차)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가루로 내지 않고 그냥 삶아서 마신다. 나는 그저 배를 적실 뿐이다. 호향을 선물하는 이가 있으면 질그릇에 잿불을 담아 환을 짓지 않은 채로 사르면서 말하기를 ‘나는 냄새가 어떠한지 분별하지 못한다. 마음만 경건하게 할 따름이다.’ 하고 하였다.
는 기록은 진감국사가 우리에게 말없이 우리 허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경건한 향기가 있다. 진감국사의 참된 것을 지키고 속된 것을 싫어한 마음(守眞忤俗)은 차와 향의 어울림을 찾아 떠나는 우리에게 무한한 빛이 된다.
- 다음은 황산곡의 향의 십덕(十德) 이다. 오늘날 보아도 고칠 것이 없을 정도로 향의 덕을 잘 표현하고 있다.
香 十德
감격귀신(感格鬼神) 귀와 신도 감응해 마지않는다.
청정자심(淸淨自心) 자기의 마음이 청정해진다.
능제오예(能除汚穢) 거칠고 더러움을 깨끗이 없애준다.
능각수면(能覺睡眠) 잠이 오는 것을 깨끗이 없애준다.
정중위우(靜中爲友) 조용한 가운데 마음이 안정된다.
진리투한(塵裡偸閑) 먼지투성이 세상에 살면서도 여유를 가진다.
다이불염(多而不厭) 많이 피워도 싫지 않다.
과이위족(寡而爲足) 조금이라도 풍족함을 느낀다.
구장불후(久藏不朽)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다.
상용무장(常用無障) 항상 써도 영원히 싫지가 않다.
- 조선 19세기의 학자 이규경(李圭景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보이는 차와 향 생활은 가히 오늘날의 우리의 참삶이 그와 같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그 가운데 몇몇을 살펴보자.
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매화탕을 마신다. ... 하여야 할 일 가운데 노복에게 맡기지 말아야 할 일이 있으니 청소를 할 때 섬돌의 이끼를 보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미이슬로 손을 닦고 옥유향을 피운다. 적문을 읽고 자서를 적은 다음 오후가 될 때까지 죽순과 고사리를 캐고 아울러 깨 농사도 함께 한다. 새로 샘물을 길러 햇차를 끓이고...
가을 날 저녁에는 초동의 노래를 들으면서 반월향을 피우고 국화 화분을 돌본다.
겨울에는 ... 얼음을 깨고 건명을 끓인다.
이렇듯 사철의 차와 향이 어울린 삶을 살았다.
또한 하루의 삶 속에서도 차와 향이 다음처럼 어울렸다.
진시 / 새벽에 일어나서 의복을 정제한 다음, 밝은 창가에서 천기를 조식하고, 백탕 한잔을 마시는데 차를 마시지 말라.
오시 / 앉아서 선향하나 피우고, 일어나서 가볍게 움직여 기와 신을 안정시키고, 채소를 만든 탕으로 가볍게 먹는데,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말고 배가 부르기 전에 멈추어라.
차를 마시는데, 입을 씻고 기름기를 제거하라.
유시 / 앉아서 선향을 하나 피우고,....
묘시 / ....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을 감상하고,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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