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세계적으로 예의가 바르고 협동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 외에도 저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일본인의 국민성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특유의 섬세한 감성입니다.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나 예능에는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세련미와 감각이 담겨있습니다. 가령 일본의 전통공예인 남염(염색)을 봐도 남색과 옥색, 가메노조키(은은한 녹색 빛이 감도는 푸른색), 하나다이로(옅은 남색)등 열 종류가 넘는 색이 있습니다. 즉,선조에게는 이 모든 색을 구분해서 염색하고 이름을 붙이는 풍부한 감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어수선한 일상 속에서 이런 감성을 잃고 있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 감성을 되찾는 것이 짜증과 분노에 휘둘리는 현대인을 치료할 처방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의 섬세함을 잃은 것과 쉽게 화내는 사람이 늘어난 현상 사이에 커다란 상관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가지 도구 덕분에 편리해진 사회는 한편으로 우리가 키워온 능력을 부지불식간에 쇠퇴시키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자주 가는 장소도 한번에 찾아기지 못하고 헤매지는 않습니까?
얼마 전에 어느 지역에 갔다가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비구름을 보고 그곳에 사는 분이 "저 산 정상에 구름이 걸렸으니 곧 비가 올 겁니다."
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젊은이 한 명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로 "일기예보를 보니까 맑을 거라고 하네요. 괜찮을 겁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분 뒤 정말로 굵은 빗방울이 쏴하고 떨어지더군요.
옛사람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섬세한 감성을 키우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능력을 길러 왔습니다. 그리고 그 감성과 지혜는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상냥함과 서로 양보하며 화합하는 삶의 자세로 이어졌습니다.그런 본연의 삶의 자세를 떠올리는 것이 현대인의 매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조가 물려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재산에 다시 한 번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