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을 넘나들며 싸웠던 일본 전국 시대의 무장 중에는
선(참선)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유명한 다케다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을 비롯해 호조 가문과 아시카가 가문의 무사 등 수많은 무사가 출가득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전란의 시대를 헤쳐 나갔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무장이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선을 배운다니 모순이 아니냐고
느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시대의 흐름속에서 항상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며 수많은 가신과 백성의 생명을 지켜야 했습니다.판단을 한 번만 그르쳐도 본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수백 수천이나 되는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었습니다.그런 상황에 놓인 그들을 선의 가르침이 이끌었던 것입니다.
역시 동란의 시대였던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활약한 가쓰 가이슈나 야마오카 뎃슈같은 인물도 선을 배우고 좌선을 정신적인 버팀목으로 삼았습니다. 선은 좌선이나 일상의 수행을 통해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지를 향해 다가갑니다. 그들은 선의 스승에게서 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자신을 다스리고 삶의 자세를 되돌아 보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날의 상황이 그 당시와 다를 바 없지않느냐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꾸준히 일하면 정년뒤에는 평안한 제2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사고 집을 구입하는 등 조금씩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며 행복해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처럼 사회가 깔아 놓은 레일 위를 성실하게 달리기만 하면 평안하고 행복한 나날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할지, 어디를 목표로 살아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들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사는 가운데 생긴 마음의 일그러짐이 분노와 짜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리 상태라는 측면에서는 격동이 시대를살아간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대. 선은 그 속에서 여러분에게 한 줄기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온화한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부디 다음 장에서 시작되는 선의 가르침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날도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