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를 맞이 할 무렵
우리 문중의 거장이신 수현노스님께서 열반 하셨었다.
연말이라 길도 복잡하고, 가시는 길 배웅해 드리려 해도 갈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정월을 보냈다.
2월 14일 그 분의 3재가 속리산 수정암에서 있다기에, 법주사에 명사품계 자료도
갔다 드리고, 겸사겸사 다녀 왔다.
내 어릴 때 그 스님은 10년동안 동학사에서 탁발을 하며 공부를 하셨었고, 그 후
동학사 주지를 사시면서 탁발을 안 하고 학인 들이 공부를 하게 되었었다라고, 법주사 조실 지명큰스님께서 법좌에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어릴때 바라 보았을때는 유독 이 스님은 호랑이 스님처럼 무서웠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다정 다감 하셨던 스님이셨었다.
문중회에 한 번씩 가서 뵐 때면 한결같이 모친의 안부를 물어보시고, 어찌 나를 기억 하시는지 참 신기 하기만 했었다.
먼 발치에서 그 스님이 지나가면 거룩한 모습이 다 사라지도록 그 분을 동경 했었다.
편찬 으시 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가 작년 문중회에서였었는데 못 찾아 뵌 것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그 분의 시봉들에게도 미안하다며 죄송하다고 말만 들이댔다.
워낙 큰 어른 이시다 보니, 못 뵙던 스님들도 많이 오셨었고 초보 스님이었을때 함께 웃으며 젊은 패기를 보냈던 반가운 분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다리가 좋지 않아 상주 이면서도 구부렁한 몸이 부자연 스러운 스님도 있고, 암 튼 호호 백발이 그때의 생생함을 기억으로 남게 해 주었다.
보이는 것은 늙어진 모습이요!!
나도 다른 이가 보면 저러 할 진데!!
그렇게 커 보였었던 수정암 선원이 왜 그리 작아 보이던지...
1980년 여름 대 홍수 사태가 있어서, 선원에 부처님을 어린 사람이 옮겨야 한데서, 내가 부처님을 업고, 극락전으로 모셔다 두고, 기도를 얼마나 빡시게 했었던지, 그 때 그 부처님은 고요히 나를 반겨 주시며, 잔잔한 미소를 내려 주셨다.
어찌 변했나? 싶어, 지대방도 열어 보니, 요즘은 기상이변에 의하여, 산중에도 덥다보니, 선원에 커다란 에어컨이 있었다. 속으로 변했다 많이 변했다.
내가 밤 9시 소등 후, 이불 속에서 촛불 켜고 몰래 염불 익히던 그때의 지대방, 지금의 눈으로는 그냥 작은 방 처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공양실에서 점심을 먹고, 선원에서 차를 대접 한다 하여, 말차를 한 사발 먹으면 좋겠다 싶어 가서 푸얼차만 두어잔 마시고 말차는 못 마시고 왔다.
부산에서 봉사를 왔다고 했다. 말차 언제 하냐? 물으니 지금 할 꺼라 한다.
지금 시작이면 어른스님을 대접해 드리고, 내가 먹을라치면 너무 늦을 것 같다.
그냥 나왔다.
나오다 보니 공양실 퇫 마루 기둥 쪽에 8~9명의 스님들이 햇살 받으며 서 있다가 나를 보고 잘 가라 했다.
손을 흔들며 말차 안 마시고 가~요~~
말차 마시려면 우리집에 와~요~~ 하면서 나는 나의 보천사로 돌아왔다.
오후 5시 구미사암연합회 회의 있어 다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