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재를 지내 드릴 때 영가를 위해서 흔히 금강경을 독송 해 드립니다.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 금강경 도리에서 나온 까닭에 그 어느 복보다 훌륭하고 소중한 복이기 때문입니다.
사구게에 보면,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 하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오관(눈, 귀, 코, 혀, 피부)으로 판단 되는 모든 것들은 허망한 것이고 텅 빈 것이고 공空이며 무無라는 것입니다. 만약 실상대로 판단하는 안목이 있다면 곧 여래를 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형상도 아니고 소리도 아닙니다. 위대했던 석가세존의 생애가 여래의 참 모습도 아니며 49년 간 설 하신 위대한 법문도 부처님의 참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태껏 남녀노소, 사회적 지위, 생활수준, 교육 수준 등 외 적인 조건을 가지고 나의 참 모습이라고 인정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들 만을 가지고는 우리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재산을 관리할 때 모든 재산을 한 주머니 속에 다 넣는 다면 그 주머니 하나를 잃어버리면 모든 재산은 끝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지요. 통장도 여러 개이고, 남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형제자매끼리 나누어 갖기도 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재산을 분산 시켜 놓습니다. 설령 한 부분이 손해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재산 전체에 대해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이렇게 분산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재산에 대해서는 육신이라는 그 조그마한 한 점에다 전부를 실어 놓았습니다. 육신이 소멸해버리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불행을 우리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 나는 육신이 소멸할 때 하잘 것 없이 스러지는 것이 그렇게 무너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부모를 여의거나 형제자매, 친지들을 잃어버리는 것도 애석하지만 진정으로 안타까워할 것은 나 자신을 육신과 함께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또 금강경에 "만약 육신으로써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찾으려 한다면 이 사람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결코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을 생각할 때 역사적인 석가모니 부처님 만을 부처라 생각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법당에 모셔 놓은 등상 불을 부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처님 스스로 "그것은 나의 참 모습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그 것은 부처님 자신을 바로 알아 달라고 하는 말씀이 아니라 참 주인공으로서의 우리 자신, 우리의 실상을 바로 알라고 하는 깨우침의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