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우리가 함께 금강경을 읽었습니다만,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 많은 금은 보화를
가지고 부모와 세상을 위해서 쓰는 것보다 인생과 이 우주의 참다운 이치를 꿰뚫어 본 가르침을 제대로 부모님과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주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이고 공덕이 뛰어 나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감동스럽습니까? 사람들은 늘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부모님께 효도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돈 한 푼 없이도 효도하고 도와줄 수 있는 훨씬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법을 전해주는 것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 있는 것입니다. 이치에 눈을 뜨지 못한 사람에게는 진리의 가르침이 서푼어치 가치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이치에 눈을 뜬 사람에게는 금강경에서 말하는 공덕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옛날 달마 대사가 중국에 오셨을 때의 일입니다. 그 때는 양나라 시대였는데, 당시 무제라고 하는 임금이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양무제는 불교 신자로 매우 신심이 깊었습니다. 절도 많이 세우고, 스님들 교육도 많이 시켜서 불교 부흥에 큰 힘을 쏟은 분입니다.
양무제가 달마대사에게 "제가 탑을 많이 세우고 절을 세운 그 공덕이 얼마나 많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달마대사는 "소무공덕所無功德, 전혀 공덕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양 나라 무제는 달마 대사의 말을 못 알아듣고 매우 실망하였지요. 물론 불사 공덕이 왜 전혀 없겠습니까? 양무제가 불사를 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절에 와서 신심을 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불법을 믿기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되었으니 큰 공덕을 지은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양무제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출가 수행하게 되었으니 그 공덕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하지만 양무제는 가시적인 불사佛事와 공덕에는 눈이 열려 있었지만, 진정 형상 없는 가르침인 진리에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내가 불사 공덕을 지었다고 하는 상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달마대사가 공덕이 전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인생과 세상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성인의 안목으로 보면 우리는 눈 뜬 장님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호화로운 태자의 지위를 헌신 짝 버리듯이 버리고 출가 수도의 길로 나선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삼천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스승으로 존경 받는 이유도 그 분이 바로 삶과 죽음의 이치를 깨닫고 바르게 가르쳐 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