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 중에 바카리라는 비구가 있었습니다. 그의 소원은 늙고 병들어 죽게 될 즈음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고 죽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신도님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었는데, 그 신도님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죄송하지만, 부디 오셔서 나의 예배를 받아 달라고 부처님께 전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전해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신도님 집으로 갔습니다. 바카리는 쓰러져가는 몸을 겨우 일으키면서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만류하시면서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하십니다. 그리고는 "바카리여,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여라."하니, 바카리 비구가 또다시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지금까지 다정했던 부처님께서 냉정하게 꾸짖습니다.
"비구여, 너도 지금 썩어가는 몸뚱이이고, 나 또한 이렇게 육신은 늙었다, 네가 그 죽어가는 육신을 일으켜 곧 너의 뒤를 따라갈 이 육신에 예배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부처님께서는 다시 자애롭게 바카리에게 일러주셨습니다.
"부처라는 참 모습은 너의 육안으로 분별하는 모습이 아니다.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이 말씀은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과 함께 자주 인용되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정녕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생불멸의 존재가 여래입니다. 비단 석가모니 부처님만 여래가 아니라 금일 영가의 진정한 모습도 불생불멸의 참 생명체입니다. 또한 금일 영가를 천도 해 드리기 위해 모인 여러분들도 불생불멸의 참 생명체입니다. 이것은 법이고 진리이고 참 나입니다. 법을 등불로 삼고, 참 나를 등불로 삼고, 법을 안식처로 삼고, 참 나를 안식처로 삼으라고 부처님께서 당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법을 의지하고 참 나에 의지할지언정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금일 영가께서 이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에 눈을 뜨셔서 이러한 지혜의 양식, 마음의 양식을 충분히 준비하십시오. 그래서 영가께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에 커다란 힘이 되고 보탬이 된다면 오늘 마련해 드리는 이 재 의식이 참으로 유익하고 보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인연으로 모든 고혼들도 함께 득락 하시고 또 천도 해 드리는 청법 대중들께서도 함께 진아眞我에 눈을 떠서 참다운 삶을 열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